코리아일보 특집] 학종 교대 합격생 탐구 프로젝트
코리아일보 특집] 학종 교대 합격생 탐구 프로젝트
  • 윤수진 기자
  • 승인 2019.01.21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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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초상’ 직업인 인터뷰 프로젝트 보고서

본론 1 책속에서 만나다 편,

Ⅱ. 본론

1. 책 속에서 만나다

➊ 「광장에는 있고 학교에는 없다」 - 홍서정 외

 광장의 불꽃하나 학교에도 피어나기를 – 이00

 

민주주의의 도전
민주주의의 도전

학생들의 의견은 가볍게 무시하고, 학생이 무슨 정치를 하냐는 등의 주입된 언어와 사고를 무기삼고 학생과 교사를 침묵하게 만드는 것이 과연 민주주의일까. 책을 읽기 전 내가 겪었던 학교는 민주주의와는 다소 거리가 먼 곳이었다. ‘학교’와 ‘민주주의’를 동일선상에 놓고 생각할 때마다 맞지 않는 젓가락 짝을 보는듯한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지난 1년간 학생회의 임원으로 활동을 했다. 누구보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학교를 이끌고자 의지를 다지며 들어갔던 학생회였다. 그러나 학생회로서 학교의 행사를 진행하거나 일을 담당할 때마다 매번 내가 느껴야 했던 것은 부당함, 불합리함, 그리고 자괴감이었다. 학생회는 엄연한 ‘학생 자치회’의 준말이다. 적어도 학교 내에서 만큼은 그 누구보다 ‘자치’적이고 ‘민주’적이어야 할 학생회가 학생부의 선생님들의 입맛에 맞게 요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항상 지울 수 없었다. 학생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계획했던 프로그램들은 예산이 부족하고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내팽개쳐지고,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꾸준히 해오던 학생회의 프로그램은 선생님의 몇 마디 말로 인해 중단이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았을 때,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작년 선배들이 수동적으로 걸어왔던, 너무도 닮고 싶지 않았던 그 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너무 부끄러웠다. 학교에서 학생회의 존재조차 모르는 친구들을 대할 때마다, 너희 학생회들은 그냥 친목 모임 아니었냐는 비꼼을 들을 때마다 주눅이 들었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학생 자치회에 회의감을 느끼고, 학교 민주주의라는 것은 그저 교과서 속의 죽은 글씨일 뿐이라고 단정지어가고 있을 때, “광장에는 있고 학교에는 없다”라는 책은 나에게 새로운 불씨를 안겨주었다.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추구하고 현실에 도전했던 학생과 교사들의 모습은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주저앉았던 나의 모습을 부끄럽게 했고, 또 ‘우리도 이렇게 할 수 있겠구나, 책 속에 등장한 여러 사람들처럼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해 볼 수 있겠구나’ 하는 강렬한 도전의식을 심어주었다. 책은, 학교에서도 광장의 불씨를 살려보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불태우게 해 주었다.

2017 ‘우리의 초상’ 직업인 인터뷰 프로젝트 보고서


 이 책에서는 민주주의를 향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도전들을 소개하고 있다. 종교 강요와 보충수업 강요에 반대하는 문제를 제기했다가 끝내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던 학생의 이야기, 한국사 국정 교과서 채택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인 졸업생,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다가 징계를 받은 교사, 교내에서 자유롭게 신문을 발행하려는 교사, 교사의 체벌 거부 선언과 학생들의 권리선언 등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작은 제보나 신고 하나를 할 때도, 자기 생각을 벽에 써 붙일 때도 많은 상처를 받아야만 했던 학생들의 이야기는, ‘민주주의의 장’이어야 할 학교가 과거의 독재 시대와 다를 바가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현실을 바꾸기 위해 배움을 찾아 나서며 가만히 있지 않는 학생들의 모습은 마치 살아 있는 민주주의를 보는 듯 했다. 또한, 이 책에서는 교사들조차도 국가의 정책 아래 침묵을 요구당하는 피해자임을 드러낸다. 교사들의 이야기는 국가로부터 요구받는 '정치적 중립성'이 교사들을 지배하고 통제함을 폭로하고, 민주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의 교사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했다.
 

나는 미래만을 바라보는 ‘미래의 시민’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서 인권을 이야기하고 깨어있는 시선을 갖고 학교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오늘의 시민으로 살아가고 싶다. 우리의 삶에서 반드시 민주주의를 실천에 옮겨야 할 필요성을 보여 준 이 책의 필자들을 본받아, 민주주의를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학교 안의 ‘민주화운동가’로 살아가고자 다짐했다.
 

내가 교사가 된다면, 국가가 시키는 대로 복종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의 소신에 따라,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내가 살아가는 시대의 문제에 대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 아이들에게 가만히 앉아서 침묵하지 말라고,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해줄 수 있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교육하는 교육자가 될 것이다. 작은 불꽃이 모이고 모여서 태양을 이루듯이, 작은 목소리들이 한데 모이면 커다란 외침이 된다는 것을 말해주는 교육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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