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기고] 한국문인협회 감사 수락 - 어서연 시인
[명사기고] 한국문인협회 감사 수락 - 어서연 시인
  • 코리아일보
  • 승인 2019.03.2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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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에서 봉사직을 맡으며

운영에 투명성이 있어야 한다.

성과 위주 보여주기식 행정 no,

내실 운영 회원 신뢰 ...봉사
이서연 시인
이서연 시인

우연일까? 3월 27일, 한국문협 제27대 제1차 이사회에서 감사 선임장을 받았다. 흔히 말하는 문단이라는 조직에서 정식으로 직함을 받고 봉사를 하게 된 것이다.

한 달 전, 감사 승낙서를 보낸 후 선임장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몇 분께 감사로 선출되어 승낙서를 보냈다는 소식을 전했다가 쓴 소리를 들었다. 선임장도 받지 않고 직함을 미리 알리는 것은 말 많고, 탈 많은 문단에서 생각이 부족한 행위였다는 것이다.

선출된 소식을 미리 말하지 않았다가 섭섭하다는 소리를 듣게 될까 봐 한 행동이었건만 진심과는 달리 채찍을 맞았다. 단체들은 말 많은 곳이라는 폄하적 표현이 결코 빈말이 아님을 체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버겁도록 조심스레 문협에서 활동하게 된 만큼 정신을 바싹 차리게 되었으니 채찍이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가장 큰 쓴 소리는 작가가 글이나 쓰면 되지 정치적인 집단과 다를 바 없는 문단에서 직함을 가지려는 것은 무슨 이유냐는 질문이었다. 마치 글로 평가를 받는 작가가 아니라 직함으로 권리를 얻어 이름을 띄우려는 작가가 아니냐는 의도와 정치성향을 지닌 작가는 글만 쓰는 순수 작가다운 태도가 아니라는 의도가 담긴 질문이라서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는가 고민을 했다.

작가는 글을 쓰고 발표하고, 대중에게 글로서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다. 그런 작가들의 모임인 문학단체는 문학인들의 작품과 작가를 보듬고, 격려하면서 문학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회적으로 여러 분야에 문학의 영향력을 넓혀 가는 일을 한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작가 중에는 문협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젊은 작가들은 문협이나 단체에 가입하지 않고 오로지 사이버 공간을 통해 개인적으로 대중들과의 소통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문학단체는 반드시 필요하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의 교류는 창작의욕을 높이고,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홀로 하는 일이 아니라 단체가 해야 할 일이다. 따라서 집필은 홀로 하지만 그것이 문학적 가치와 사회적 영향력을 갖게 하는 데는 단체의 힘이 필요하다.

필자는 1991년 등단 후 작가로서 여러 문예지에 조금씩 글을 발표하면서도 문단이라는 단체에서 제대로 활동을 해 본 적은 없다. 등단 초창기에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우종 선생님께서 회장이실 때 감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분이 돌아가신 후 큰 단체에 소속되어 본 적이 없었다.

20여 년이 지난 후, 한국시조시인협회 기록에서 당시 내가 감사였다는 기록조차 없는 걸 알고 약간 당황스러웠다. 이름이 남아야 한다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기록은 문학의 역사이기도 하기 때문인데 갑자기 내가 유령이 된 기분이었다.

한편, 새로 사단법인체가 된 문학단체 이사장이 직접 찾아와 등기 이사를 요청한 바 있어 이사직을 받아들인 적이 있다. 그리곤 봉사하는 자리는 사무국장이라는 호칭으로 불리었다. 그러나 그 봉사직조차 오래 할 순 없었다. 나와 관계없는 일에 오해를 받아 개인적 사유라는 이유로 사임을 했고, 이사 사표가 수리되었다. 그런데 그곳으로부터 그곳서 봉사했다는 이력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처분을 받았다.

어느 곳에서는 분명히 직함을 갖고 일을 했는데 기록도 없고, 어느 단체에서는 권한 없는 직함이 있을 뿐이라 하던 일도 없는데 썩 명예롭지 못한 기록이 남았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필자는 문단에서 어떤 직위를 부여받고 싶거나 직함이 필요하다고 느껴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협회에서 어깨가 무거운 큰 직함을 받았으니, 한국문협이 우리나라 대표 문단으로서 더욱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일조할 기회를 감사하게 여기고자 한다.

한국시조시인협회에서도 감사였는데 우연하게도 이번에 한국문인협회에서도 감사직을 명 받았다. 평소 차갑다 할 정도로 ‘분명하다’는 소리를 듣긴 하는데 그런 평가가 맞는지 지금부터 업무 결과로 보이라는 뜻이 아닌가 싶다.

어느 단체든 우선적으로 운영에 투명성이 있어야 한다. 성과 위주의 보이기식 행정이 아니라 내실 있고, 투명한 운영으로 회원들이 신뢰하는 행동체가 되어야 한다. 사실, 이번에 맡게 된 문협 일은 필자가 아니어도 능력 있는 분들이 많다.

필자는 그간 문단의 일을 권력의 상징으로 여기고 권력으로 횡포를 보이거나 남용하는 단체장들을 겪었고, 많이 보아 왔다. 문단에서 봉사하는 일조차 회의감 내지 환멸도 가진 바 있다. 그러던 중 그런 단체장과 달리 가장 바닥에서 회원들의 모습과 활동을 지켜보면서 회원들 입장에서 일을 풀어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이광복 이사장님의 운영철학에 동감한 바 있다. 이에 봉사직이라도 중요한 직함을 받고 기회를 갖게 된 이상 명예를 걸고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봉사도 기회가 있을 때, 또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라 보는데 지금이 그 시기라는 생각한다. 젊은 작가들이 한국문협에 합류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면서 한국문협이 1만4천 명 회원들의 저술 활동에 활력을 넣어주고자 부단히 노력해 온 만큼 이광복 이사장님의 활동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연구하면서 봉사할 예정이다. 이런 마음을 올곧게 보아 주시고, 기대하시고 축하해주시는 분들의 마음이 진심으로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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