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일보 특집 '광장에는...' 수행평가 탐구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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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0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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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도 있고 학교에도 반드시 있어야 할 것

경인교대 합격생 글 중
사진 윤수진 기자
©코리아일보 윤수진 기자

광장에도 있고 학교에도 반드시 있어야 할 것 – 000학생

지난 3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부정한 짓을 저지르고 국민들에 의해 탄핵 당했다. 나라를 대표하던 정무직 공무원이 범죄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선고일은 평일이었고, 또 오전이었으므로 우리는 모두 학교에서 탄핵이 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핸드폰으로 이미 뉴스를 틀어놓고 대기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2교시 쯤 경제선생님이 옆 반에서 탄핵뉴스를 틀어주셨는데, 반을 꽉 채우는 인파가 몰릴 만큼 뜨거운 열기였다. 3교시는 우리 반에 경제 수업이 있어 반에 앉아 친구들과 손을 붙잡고 탄핵 선고를 들었다. 탄핵 시위에 나갔을 때만큼 가슴이 벅차올랐다.

헌법 제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그 말을 실질적으로 확인받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기뻐하는 와중에도 걱정되는 것이 하나있었다.

경제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탄핵방송을 보여주셨다는 게 알려지면 왠지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괜한 오지랖이 아닌 경험에서 비롯된 걱정이었다.

작년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던 시기였던 것 같다. 박근혜 정권이 국정농단을 한 사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교실에서도 활발히 정치적 이야기가 오가던 때였다. 그에 맞게 교실이나 정수기 뒤 벽, 신발 신는 곳 등 이곳저곳에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치는 대자보가 붙어있었다.

가만히 서서 대자보의 내용을 읽으며 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이렇게 표현하는 것에 감동을 받기도 했는데, 그것들을 오래 볼 수는 없었다. 언젠가 학생부 선생님을 뵈러 교무실에 갔을 때, 학생부장 선생님이 테이프로 붙여놨던 대자보를 떼어 학생부에 걸어놓고 대자보를 붙인 ‘놈’을 찾고 계셨기 때문이다.

내가 교무실을 나갈 때 나에게 박근혜 정권 퇴진을 주장하는 대자보를 붙인 아이가 누군지 알아보라는 말도 하셨다. 알아보지도 않았지만, 만약 그 학생을 찾아냈다면 무슨 말을 하려 하신 걸까? 과연 공부로 바쁜 와중에도 정치에 관심을 갖다니 기특하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하신 걸까? 아마 학교가 정치판이 되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며 경위서를 쓰게 하지 않으셨을까? 괜히 억울했다.

학생은 그저 아무것도 모른 채 어른들의 보호 안에서 주변에 관심 갖지 않고 공부만 해야 한단 말인가. 그래도 이 감정을 표현할 수는 없었다. 난 학생이고, 선생님의 말에 반박해봤자 혼날 게 뻔했으므로 그저 혼자 우울해하는 것밖엔 어쩔 도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그랬다. 어쩔 수 없다고, 그렇게만 생각해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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