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수사권조정' 첫번째이야기 , 고성춘변호사
'검경수사권조정' 첫번째이야기 , 고성춘변호사
  • 코리아일보
  • 승인 2019.07.0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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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일보 특집 법조인에게 듣다.
검경수사권조정
고성춘 변호사
고성춘 변호사

[검경수사권 조정] 첫번째 이야기
수사지휘권은 본질이므로 공고히 유지하고 직접수사는 줄이고 또 줄이고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결론은 수사지휘권은 유지하고 직접수사는 최대한 줄이는 거다.

유죄냐 무죄냐를 따질 수 있는 것은 사법부에서 하는 것이지만 죄가 된다 안된다를 따져 기소하거나 수사종결하고 불기소로 판단하는 것도 재판에 버금가는 준사법기능에 해당한다. 따라서 법관과 동일한 자격을 가진 이들을 뽑아서 그들로 구성된 법원에 준하는 조직에 유무죄 판단 기소, 불기소권을 주는 걸로 하였다. 그 조직이 검찰이고 구성원이 검사다.

근데 정권마다 검찰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이승만 정권때는 경찰을 통해 정권을 유지하다 보니 많은 병폐가 생겼고 군사정권에서는 검찰을 키우고 검찰로 하여금 경찰을 통제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검찰은 보안사와 안기부와 함께 권력기관의 일부에 불과하였다.

검찰에 파견나온 정보기관 직원이 검사실 캐비닛을 발로 차던 시절이었다. 군사정권이 무너지고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보안사와 안기부 등 정보기관이 속칭 작살나고 검찰만이 유일한 권력기관으로 남았다. 김대중 정권때는 검찰을 어느 정도 이용하는 식이었고 노무현 정권때는 검찰을 이용하려 하지 않았는데 이명박 정권 이후 10년 동안 검찰을 장악하여 완전히 검찰을  망가뜨렸다는 말을 검찰출신들로부터 들은 바 있다. 

검찰이 욕먹는 이유는 뭐든 베어낼 망나니 큰칼로 망나니 춤을 췄다는 것인데 정작 그 칼을 잡은 손들은 실상 청와대나 정권 실세들이었다. 10년 동안 검찰인사가 줄세우기 엉망이 되면서 기개있고 바른말 하는 검사들 중 많은 이들이 검찰을 떠나고 판세를 읽고 눈치껏 영리하게 처신하는 이들이 상층부를 채우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직접수사권을 무분별하게 휘둘렀다. 바로 검찰이 욕먹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정치수사를 하고 표적수사를 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추는 불공정한 수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정치검사들이니까. 

그러나 검찰이 지휘권을 가지고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걸로 지금까지 욕먹은 게 아니다. 경찰은 구성원 12만명의 중앙집권화된 조직이다. 경찰조직을 잘 아는 사람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니 경찰은 상명하복이 안 된다고 한다.

일단 12만명이나 되고 분야가 교통,정보,수사 등 너무 다양하다 보니 경찰청장이 총수여도 경찰조직을 장악할 수 없다고 한다.  

'수사는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  즉 '준사법기관인 검사가 경찰의 수사를 사법통제한다'는 말이 정답인 것 같다. 어느 나라도 검찰이 경찰을 지휘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고 한다.

독일도 1970년대부터  몇십년 넘게 연구해서 내린 결론이 검찰 수사지휘권을 확립하자는 것이었고, 일본도 1950~1960년대 긴 논의 끝에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수사를 관장해야한다는 이유로 수사지휘권을 확고하게 유지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일본의 경우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잘 받는다고 한다.

검찰이 경찰 수사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을 내면 인사고과에 반영시키고 있기 때문에 경찰은 검사에게 또 더 할 것 없냐고 자주 물어본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찰이 실제 수사의 98%를 담당하고 있지만 고소고발사건이 연간 70만 건이 넘는 상황에서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지게 되면 지금도 경찰수사가 공정하지 못하고 장난들을 친다는 욕을 먹는 마당에 그 여지가 더 넒어지게 된다. 

현재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보면 검찰이 경찰 수사사건을 검토할 수 있는 기간을 몇 개월 준다고 하지만 수사지휘가 있는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를 것이다. 불기소처분에 대한 적법 여부를 물어보는 법원의 재정신청 정도밖에 되지 않을 수 있다.

수사지휘권을 가져야 검사가 자기 사건같이 기록을 검토하고 미진한 부분을 더 수사하라고 지휘를 내릴 수 있는 것인데 그냥 수사의 부당 여부만 판단해주라는 것과는 검사의 일처리가  다를 수밖에 없다.

현재 법원의 재정신청 인용률은 0.45%에 불과하다. 검사도 경찰이 수사종결한 사건을 판사처럼 남의 사건 보듯이 할지도 모른다. 

현재 추진되는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수술대 위에 올린 환자의 머리를 수술을 해야 하는데 팔과 다리를 싹둑싹둑 자르고 있는 형국이라고 한다. 머리를 수술해야 하는데 애먼 팔다리를 잘라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하여 검찰에 대한 이 정권의 반감은 하늘을 찌를 것이다. 그렇다해서 원수를 갚고자 검찰을 손본다고 하면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직접수사의 폐해 때문에 욕을 먹는 것이지 경찰을 통제하는 걸로 검찰이 욕먹는 게 아니다. 

통제시스템은 옥상옥일수록 좋다. 초록은 동색이므로 다른 기관을 통해 통제를 받도록 하는 게 국민의 인권을 위해서는 좋다.

그래서 결론은 검찰의 직접수사는 줄이고 줄여서 일본과 같이 아무나 하지 못하게 하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준사법기능의 본질이므로 더 공고하게 유지시키는 게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 본다. 뭣이 국민을 위하는지는 차분하게 생각해보면 답은 나와 있다.

현재의 수사권 조정안은 중국의 공안-검찰 관계를 그대로 옮긴 것이라고 한다. 중국은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인정하지 않고 ‘보충수사 요구권(補充搜査 要求權)’만 인정하고 있다.

# 본 기사는 코리아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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