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칼럼]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 Jamie Kim 변호사
명사칼럼]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 Jamie Kim 변호사
  • 코리아일보
  • 승인 2019.08.2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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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제대로 알면 국력이 보인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미국 국세청 세법변호사 Jamie Kim (김정민)
미국 국세청 세법변호사 Jamie Kim (김정민)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 및 무역전쟁 파장으로 일본관광 포함, 일제 불매운동이 한창인 한국의 시국이 시국인지라 일본여행에 관한 포스트 올리기가 조심스럽다. 속죄의 길을 택한 독일과는 달리, 전범처리가 되지않고 정권계승이 되었고 오늘날까지도 1965년 한일수교협정을 근거로 모든 배상이 끝났다는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니 적절한 피해보상과 진심어린 사과를 받지 못한 한국으로 보면 일본이란 나라, 참 괘씸하기 이를 데가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미국에 살면서 기질 선하고 성격 싹싹하며 역사의식 깨어있인 일본 지식인 친구들을 사귀어본 터라 개개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그닥 없는게 사실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하지 않던가? 일본 국민으로부터 국가의 상징으로 경외를 받았던 아키히로 일왕도 백제의 후손이라 고백한 적이 있다. 배척하고 적대시할 것만은 아니고 그들의 생각을 읽고 포용하고 설득하고 서로에게 배우고 평화로이 공존공생할 수 있는 미래를 열어가면 좋겠다. 과거를 알면 현재가 이해가 되고, 현재를 이해하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법이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한국인들에게는 미움을 사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서민 출신으로 전국시대를 평정하고 일본을 통일시킨 인물이다. 권모술수에 능했던 자라서 인의를 중시하는 한국인 정서에는 결코 존경할 만한 인성의 인물이라 여겨지지는 않지만 일본인들이 그를 입신출세에 호방대범한 인물로 보는 시각은 탐구해볼 만하다. 그의 정권의 거점이었던 오사카성을 둘러보며 당시 시대상을 그려본다.

오사카성 (c)코리아일보
오사카성 (c)코리아일보 윤수진기자

다음은 오사카성에서 전철로 한 시간 반 쯤 떨어진 교토로 발길을 옮긴다. 전철은 오래되었지만 잘 관리되어 깨끗하고 조용하고 붐비지 않는다. 창 밖으로 휙휙 지나가는 건물들은 전통 가옥이 대부분이고 지붕과 벽이 죄다 흐리거나 진한 벽돌색으로 집단과 조화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의 정서가 느껴진다. 집집마다 베란다에 내다걸은 빨래들이 넘실넘실 춤을 춘다. 마침 한국의 백중이나 추석에 해당하는 일본 명절 오봉인지라 기모노를 입은 젊은 커플들이 종종 눈에 들어온다. 일본어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한자가 섞여 있는대다가 가는 곳마다 안내표지와 안내방송이 영어 및 한국어로 되어있고 심지어 관광안내 데스크, 전철, 호텔 직원들까지 유창하지는 않지만 친절한 한국어 설명을 곁들이니 일본여행하기에 전혀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망 이후 에도막부를 개창하고 도요토미 가문을 멸문시킨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가 본영으로 삼았던 교토 니조성에 도착한다. 금박의 외관과 화려하고 정교한 실내장식의 영전 내부를 맨발로 걸으면서 당시 정치상을 잠시나마 상상해본다. 다음 일정은 교토의 상징인 금각사. 절대미의 극치로 여겨지는 금각, 온통 금박을 입은 금각사에 부처님의 사리가 안치되어 있다는데 그곳에 누운 부처님은 어떤 세상을 원하실까? 탐미문학의 대가이자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명된 미시마 유키오가 1950년에 실제 방화사건을 모티브로해서 쓴 소설 "금각사"도 읽어보리라~

하루를 마감하며 한국의 광복절 데모와 함께 한일관계를 되짚는 일본 뉴스를 시청, 짧은 일본여행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자평해본다. 벌써 오래 전에 발간된 책이지만 고전으로 꼽히는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독서로 여행을 마감하려 한다. 청결하고 고귀한 국화를 좋아하는 일본인들, 하지만 마음 속에는 칼을 지닌 그들의 이중성을 압축한 제목이다. 일본을 증오만 할 것이 아니라 애증으로라도 끌어안고 이해하고 극복하고, 이번 무역전쟁을 계기로 기어이 일본을 월등히 넘어서는 나의 자랑스러운 사랑하는 모국 한국으로 거듭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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