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일보 추천 시집 '동백주 몇 잔에 꽃이 피다니' - 서동인시인
코리아일보 추천 시집 '동백주 몇 잔에 꽃이 피다니' - 서동인시인
  • 윤수진 기자
  • 승인 2019.09.07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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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인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 달마실에 상재되었다.
 

서동인 시인 시집  '동백주 몇 잔에 꽃이 피다니' 2019 달아실 출판 (c)  코리아일보
서동인 시인 시집 '동백주 몇 잔에 꽃이 피다니' 2019 달아실 출판 (c) 코리아일보

 

엄마 -  서 동 인

살면서

아플 때만 부르는 엄마!

검은 고무줄처럼 살아온 나의 엄마는

엄마의 엄마를 얼마나

얼마나 여러 번

우리 몰래 불러보셨을까

 

쌍년  - 서동인

생선 좌판 위에 올라앉은 욕쟁이 할머니는

하루를 두 끼니만으로 건너가지만

복어처럼 부푼 똥배에

소화되지 않는 욕이 늘 웅크리고 있다

왜 이리 비싸?

무심코 뱉은 손님 말에

뭐? 젊어 보잉께 니년들이 나에게 반말하지?

친구처럼 보잉께 반말하는 거지?

이것까지 몽땅 얼마냐구?

에미 애비도 모를 년 같으니라고

초등핵교 문턱도 못 밟아봤다만

그래도 요, 자(字)는 붙이고 산다, 요년아

욕을 몇 그릇이나 먹은 여자, 어이없다는 듯

뭐 이런 할망구가 다 있어?

뭐 할망구?

주둥아리에 피 질질 흘리는 백여시 같은 년

에라, 뻘건 주둥아리나 닦고 다녀라

밴댕이의 속, 창아리로 젓 담글 년아!
 

소리도 수평선  - 서동인

교과서에만 밑줄 긋지 마라

살아보니 중요한 것은 교과서 밖에 있더라

내가 네 손을 꼭 잡듯이

수평선이 그은 밑줄이 그러하듯이

밑줄 친 시간들은 서로를 잡아당기더라

하늘과 바다가 밑줄을 긋듯이

아름다운 것들은

교과서 밖

수평선 아래 숨어서 살더라

서동인 시인 (C)코리아일보
서동인 시인 (C)코리아일보

 

-시집 <동백주 몇 잔에 꽃이 피다니>2019 달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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