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인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 달마실에 상재되었다.
엄마 - 서 동 인
살면서
아플 때만 부르는 엄마!
검은 고무줄처럼 살아온 나의 엄마는
엄마의 엄마를 얼마나
얼마나 여러 번
우리 몰래 불러보셨을까
쌍년 - 서동인
생선 좌판 위에 올라앉은 욕쟁이 할머니는
하루를 두 끼니만으로 건너가지만
복어처럼 부푼 똥배에
소화되지 않는 욕이 늘 웅크리고 있다
왜 이리 비싸?
무심코 뱉은 손님 말에
뭐? 젊어 보잉께 니년들이 나에게 반말하지?
친구처럼 보잉께 반말하는 거지?
이것까지 몽땅 얼마냐구?
에미 애비도 모를 년 같으니라고
초등핵교 문턱도 못 밟아봤다만
그래도 요, 자(字)는 붙이고 산다, 요년아
욕을 몇 그릇이나 먹은 여자, 어이없다는 듯
뭐 이런 할망구가 다 있어?
뭐 할망구?
주둥아리에 피 질질 흘리는 백여시 같은 년
에라, 뻘건 주둥아리나 닦고 다녀라
밴댕이의 속, 창아리로 젓 담글 년아!
소리도 수평선 - 서동인
교과서에만 밑줄 긋지 마라
살아보니 중요한 것은 교과서 밖에 있더라
내가 네 손을 꼭 잡듯이
수평선이 그은 밑줄이 그러하듯이
밑줄 친 시간들은 서로를 잡아당기더라
하늘과 바다가 밑줄을 긋듯이
아름다운 것들은
교과서 밖
수평선 아래 숨어서 살더라
-시집 <동백주 몇 잔에 꽃이 피다니>2019 달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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