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모임 취소하고 ‘집콕’…SNS에 퍼지는 슬기로운 시민운동
약속·모임 취소하고 ‘집콕’…SNS에 퍼지는 슬기로운 시민운동
  • 박영미 기자
  • 승인 2020.09.02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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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카페 등에 여행취소·외출 자제 서로 독려…여행객에겐 따금한 일침도

시민들 자기주도형 방역 확산…“마스크 착용과 함께 외출 자제도 중요”

1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프랜차이즈 카페. 

‘수도권 강화된 거리두기 2단계 지침에 따라 포장과 배달로 가능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부착된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자 매장 내부는 평소와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테이블과 의자는 모두 한쪽으로 치워져 있었고, 이용 통제선이 손님들의 발길을 막았다.

계산대는 주문 대기 손님과 음료 대기 손님이 따로 기다릴 수 있도록 바닥에 2m 간격으로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카페 매장 이용이 어렵다는 사실을 안 일부 시민들은 발길을 돌렸다.

수도권 지역에 강화된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 실시로 수도권 프렌차이즈 커피 매장은 배달과 포장만 가능하다. 이곳 카페 매장에는 좌석 이용 통제선이 설치돼있다.

밤 8시 50분 서울 홍대 인근 골목.  

이곳 역시 평소 대비 한산했다. 클럽 앞에는 늘어선 줄 대신 집합금지 명령서가 붙어 있었고, 음식점 출입문에도 9시부터 다음날 5시까지 매장 영업이 제한된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9시가 돼가자 음식점에서 해장국을 먹던 2~3명의 고객들은 음식을 다 먹기도 전에 마스크를 쓰고 서둘러 밖으로 빠져나갔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0시부터 9월 6일까지 수도권 지역에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시행하자 시민들의 일상도 이처럼 달라지고 있다. 이전처럼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없을 뿐 더러 음식점 등에서도 제한받는 일이 이전보다 많아졌지만 시민들은 그 어느때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급하지 않은 약속은 취소, 회식은 화상으로 대신하며 집콕 운동에 동참하는가 하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여행 취소 인증샷을 올리고 서로 독려하며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이다.

방역당국이 지난달 29일 “지금이 수도권의 확산세를 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잊지 말고 앞으로 8일간 배수진을 쳐 위기를 극복하자”는 절박한 호소에 시민들이 작은 실천으로 화답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집콕했어요”

경기도 광주에 거주하는 왕현지 씨는 지난달 30일 자발적 격리에 동참했다. 집 밖에 나가지 못하는 7살 3살 아들의 답답함을 풀어주기 위해 집 테라스에 텐트를 설치하고 나름 캠핑 분위기를 냈다. 텐트 옆에는 미니풀장도 만들어 수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왕 씨는 “2주째 나가지 못해 답답하기도 하고,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분들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한다”며 “기간도 정해져 있으니 제발 이번만큼 모두가 적극적으로 동참해서 코로나19 확산세를 끊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세종맘카페에는 집콕 7일째를 맞은 한 주부의 글이 올라왔다.

아이디 슘x 작성자는 “화요일부터 오늘까지 딱 7일동안 정말 현관 밖을 나간적이 없다”며 “산책도 안하고 정말 집밖으로 단 한번도 안 나가냐”며 질문을 던졌다.

80여개의 댓글이 달린 이 글에 작성자 아리x는 “임신하고 3달째 집콕이에요. 옛날드라마부터 다시 정주행하고 플스게임도 하고 이제 안나가는게 익숙해졌다”고 답했다.

작성자 Hesxxxx도 “아이들은 학교 빼고는 집밖 나간적이 없네요. 방학동안도 거의 집콕만 하고 이제는 나가자고 해도 귀찮고 밖은 위험하다며 안나가려고 해요. 피부땜에 약 받으러 병원 가야하는데 그마저도 나가기 싫다고해서 못가고 있다”는 댓글을 남겼다.

실제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전국 고속도로 통행 대수는 약 630만 대. 지난주 토요일인 22일 약 871만 대보다 약 28% 감소했다. 주말 나들이에 나섰던 시민들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회식도 생일파티도 화상으로 해요”

IT회사(그렙)에 다니는 김슬기 교육사업팀장은 지난 3월 소셜미디어에 ‘원격 근무 중 화상회식’이라는 이름의 게시물을 올렸다. 게시물에는 치킨과 콜라, 노트북 화면에 여러명이 등장한 사진이 올라와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 글을 올린 김 팀장은 “원격 근무 중 대표님이 회식 대신 간식을 먹자고 제안을 하셨고, 다음날 각자의 집에서 계획에도 없었던 화상회식을 하게 됐다”며 “이후 한달에 한번씩 팀별로, 소그룹 단위별로 화상회식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팀장은 각자 원하는 메뉴를 자유롭게 시킬 수 있고, 멀티 스크린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점을 화상회식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지난 2월부터 전직원이 7개월동안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며 “집에서 컴퓨터를 켜고 하는 화상 회식이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하나의 방법이 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외출 대신 화상으로 생일파티를 하며 자가격리에 동참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전에 사는 최경미 씨는 지난달 30일 서른살 생일을 맞은 친구를 위해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파티를 열어줬다. 케이크와 선물은 일찌감치 모바일 기프티콘을 보냈다.

최 씨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마스크를 쓰고 만나서 축하를 해주려고 했는데, 머리카락이 하얗게 새 버린 정은경 본부장님이 주말에 집에 제발 머물러 달라고 호소하셔서 밖에 나갈수가 없었다”며 “지금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보다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는게 더 중요한것 같다”고 말했다.

◇“여행도 취소했어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위약금을 물고도 여행을 취소했다는 글도 속속들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달 26일 동탄맘 카페에는 “제주도맘이 쓴 글 보고 제주도 여행을 취소했다”며 “제주도 제발 오지 말라고, 제주도민들 외출도 못하고 힘들다는 글이었는데, 너무 와닿아서 취소했는데, 잘했다 잘했다 마음 먹는중”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글에는 “혼자사는 세상이 아니니 저 하나로 남들한테 피해주기도 싫고,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 보자”는 글부터 “저도 1주일 앞두고 취소했더니 항공, 숙소, 렌터카 모두 취소 수수료가 너무 크다”는 댓글이 30여개나 이어졌다.

글쓴이가 이어 “근데 아는 엄마는 계속 왜 취소했냐고, 자기는 주말 여행 갈건데, 넘 아쉽다 말했다”고 하자 일침을 가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정부서 그렇게 여행 자제 권고 내리는데 가시는 분은 참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우째 그러시는지 싶어요. 나중에 돈 모았다가 마스크 없이 즐기는 날 맘껏 즐기면 되는 것을…”, “너무 이기적인거 아니에요? 이러니까 확진자 늘죠. 코로나 확산에 일조하셨다고 전해달라”며 저격하기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도 #여행취소라는 해시태그로 올라온 글들이 5000여개가 넘었다.

이용자 sons**는 “결혼하고 13년만에 친구들과 가려고 1년 적금을 부었는데, 결국 취소했다”며 순천 여행 취소 인증샷을 올렸다. 

시민들의 이같은 자기주도형 방역은 지난 3월 1차 확산 당시 자발적 거리두기를 통해 확산세를 진정시킨 학습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희망적인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조치에 따른 이동량 변동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휴대폰 이동량을 분석한 결과, 23일부터 27일까지 이동량은 2주 전 같은 기간 대비 약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윤태호 중대본 방역총괄반장(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조치가 일정 부분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하면서 “거리두기의 효과는 1~2주 뒤부터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민 여러분들께서 조금만 더 힘을 내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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