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문화재단, 수주문학상 및 부천신인문학상 당선 발표
부천문화재단, 수주문학상 및 부천신인문학상 당선 발표
  • 박영미 기자
  • 승인 2022.10.1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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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문학관 개관 기념 14일~30일 ‘수주문학제’도 열어
수주문학제 홍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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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부천을 빛낼 얼굴들이 탄생했다.

부천문화재단(대표이사 김정환)은 제24회 수주문학상과 제19회 부천신인문학상의 당선작을 발표했다. 10월 14일과 15일 이틀간 수주문학관에서 ‘수주문학제’도 개최한다.

제24회 수주문학상 당선자 정월향 시인(약력-2019년 경북일보 문학대전 소설부문 대상, 2021년 진주 가을문예 시 부문 당선)
제24회 수주문학상 당선자 정월향 시인(약력-2019년 경북일보 문학대전 소설부문 대상, 2021년 진주 가을문예 시 부문 당선)

재단은 제24회 수주문학상 당선작에 시인 정월향의 '그런 온도'를 선정했다. 수주문학상은 부천과 인연 있는 시인 수주 변영로(1897~1961)를 기리기 위해 1999년 제정한 시 문학상으로 이번 공모에 전국 문학인 374명, 총 3천 20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심사위원단은 이번 당선작에 대해 ”구체적이고 신선한 감각을 활용해 단순한 이미지스트(imagist, 20세기 초 시각적 형상이 주를 이루는 명료하고 간결한 형식의 시를 쓴 일군의 영미 시인들)의 영역에서 벗어나 우리 삶의 현실적 문제에 근접하는 주제 의식을 독창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라며 ”시인의 시선이 일상의 사물과 현상에 착목해 이미지를 포착하면서도 감각적으로 가볍게 들어 올리는 동시에 현실에 밀착하는 의미를 개입시킬 수 있는 사유와 표현의 밀도를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당선자 정월향 시인은 ”논개의 고장 진주에서 시작한 시의 여정이 ‘논개’를 쓰신 수주 변영로 선생과의 인연으로 이어지니 신기하다“며 ”앞으로도 배우는 마음으로 0의 자리에 있겠다“고 당선 소감을 전했다.

재단은 당선자에게 상금 1천만 원을 수여하고 월간지 ‘현대시’ 10월호에 당선작을 게재한다. 정월향 시인은 2019년 경북일보 문학대전 소설 부문 대상을 받았으며, 2021년 진주 가을 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재단은 제19회 부천신인문학상 수상작 5편을 선정했다. ▲소설 ‘거짓말’(박미선) ▲시 ‘연어가 되고 싶은 책’(이구철) ▲아동문학 ‘캡슐’(왕입분) ▲수필 ‘미래 사진점’(정봉학) ▲극 일반 ‘노란불이 켜지면’(정다운)이다.

제19회 부천신인문학상 수상자(왼쪽부터) ▲박미선(소설 부문) ▲이구철(시 부문) ▲왕입분(아동문학 부문) ▲정봉학(수필 부문) ▲정다운(극 일반 부문)
제19회 부천신인문학상 수상자(왼쪽부터) 박미선(소설 부문), 이구철(시 부문), 왕입분(아동문학 부문), 정봉학(수필 부문), 정다운(극 일반 부문)

이번 공모는 5개 부문 136명, 총 363편의 작품이 접수됐으며 폭넓은 연령대와 다양한 경력을 지닌 미등단 문필가들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재단은 소설 부문 당선자에 3백만 원, 시·아동문학·수필·극 일반 부문 당선자에 각각 2백만 원의 시상금을 수여한다.

심사위원단은 ”문학의 소비 시장 위축과 지역 제한에도 부천신인문학상 응모작의 숫자나 수준이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음은 기성 문학인으로서 고무할 일“이라며 ”부천신인문학상을 통해 문학은 소멸하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발전해 나가리라는 믿음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부천신인문학상은 지역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문학 창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004년 제정된 이래로 총 19회, 1백여 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각 부문 심사평과 수상작은 재단 누리집(www.bcf.or.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두 문학상의 통합 시상식은 10월 14일 수주문학관에서 수주문학제와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시인 변영로의 문학세계를 기리기 위해 펼쳐지는 수주문학제가 10월 14일(금)부터 같은 달 30일(일)까지 수주문학관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는 시민에게 새롭게 선보이는 수주문학관 개관을 함께 기념해 준비됐다. 이번 행사의 제목은 ‘시작의 마음’으로 수주문학관의 새로운 시작(始作)을 기념하고, 수주 번영로 선생처럼 시를 대하고 짓는(詩作) 마음 등 중의적 의미를 담아 가을 문학의 장을 연다.

행사는 ▲제24회 수주문학상과 제19회 부천신인문학상 당선자 시상식 ▲역대 수상작과 누구나 문학을 즐길 수 있는 무장애(barrier-free) 작품 기획전 ▲시민 참여 행사 등 다양하게 구성된다. 시상식은 14일 오후 3시 부천시립수주도서관 강당에서 열린다.

수주문학관 개관을 기념한 역대 수주문학상 수상작과 무장애 작품 기획전시는 10월 30일까지 수주문학과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시민 체험은 ▲문보영 시인과 함께 시를 지어보는 ‘시작’(詩作) ▲가을밤 즐기는 시와 음악 ‘뒷마당 낭독과 음악회’ ▲나만의 시화책 만들기 등 다양하게 준비된다.

수주문학제 관련 문의는 예술도시부(032-320-6356)로 할 수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재단 누리집(www.bcf.or.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제24회 수주문학상'과 당선작, 당선소감, 심사평 및 ‘제19회 부천신인문학상’ 부문별 심사평 원문이다. 재단 홈페이지 내 첨부파일 내려받기도 가능합니다. (https://www.bcf.or.kr/cust/noti/noticeDetail.act?ArticleId=18792)

 

[제24회 수주문학상 당선작] 

'그런 온도'                                                                               정월향

보수적인 문제를 생각한다

고양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무릎을 바꾸면서

털이 부드럽고도 성가시구나 생각한다

실업급여 신청하는 일, 혹은 당신에게 주말 시간을 물어보는 일, 혹은 다음에 밥 먹자고 얘기하는 것처럼

이것은 안정의 문제다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 머리를 비비고 다리를 움찔거리고 귀를 편안해하는

어떤 순간은 누군가 안아주면 좋겠다는 바람, 이것은 온도의 문제, 추울 것이 뻔할 때에 굳이 나가고 싶지 않은 것처럼

온도는 비와 꽃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장마가 오거나 종아리를 적시거나 돌멩이가 튀어오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나무는 나무만큼 풀은 풀만큼의 비를 갖는다

눈곱을 떼주던 손가락을 고양이는 기억한다 이마에 붙은 털을 손가락은 기억한다 그런 시간은 향긋하다 향기를 적은 목록에다 별 세 개를 띄우고

젖은 채로 잠들거나 하늘을 향해 숨을 고를 것이다

문제마다 푸른 빛이 새어나온다

 

(제24회 수주문학상 당선자 소감 )

정말 잘 됐다! 많이 힘들었지? 그런 말에 마음이 부드러워집니다.

모든 사람은 아름다운 것.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문학인 것. 그런 문학의 힘을 믿는 것. 그러므로 마음을 다해 글쓰기에 닿을 것. 요즘 하는 생각들입니다.

아직도 매번 시쓰기는 불가능한 일 같고 암담합니다. 나이만 먹었지 그저 아기인 나를 매번 깨닫습니다. 배우는 마음으로 0의 자리에 있겠습니다. 더 자주 실패하겠습니다. 더 자주 절망하겠습니다.

한 배를 타고 있는 수일씨와 성우씨. 먼 도시에서 반짝이는 재정 오라버니. 존재가 빛나는 소정. 존경하는 친구 영일샘. 가족 같은 성주 언니와 동생 선영. 제 시를 응원해주시는 상원샘, 마음 깊이 한팀인 난계소설반 문우들. 우리들의 캡틴 엄창석 선생님. 소설반에 들어갔는데 자꾸 시가 당선돼서 죄송하지만, 그래도 기뻐해주시겠지요? 당신들 모두가 제 마음 속에 사는 별들입니다. 제 별의 빛과 온도는 당신들의 것입니다.

논개의 고장 진주에서 시작한 제 시의 여정이 ‘논개’를 쓰신 수주 변영로 선생과의 인연으로 이렇게 이어지니 신기합니다. 못생긴 시를 좋게 봐주시고 인연을 만들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부끄럽지 않은 길 걷겠습니다.

                                                                                 제24회 수주문학상 수상자

                                                                                                         정월향

 

 

(제24회 수주문학상 심사평)

2022년 제24회 수주문학상 심사는 1차 개별 심사와 2차 패널 심사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1차 심사는 5명의 심사위원들이 총 400여 명에 달하는 투고자들의 작품들 중 각각 80여 명 투고자들의 작품을 심의한 후 5~6명씩의 투고자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1차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이 추천한 투고자들을 수합한 결과 2차 심사 대상작으로 26명의 투고자들의 작품이 가려졌다. 2차 심사는 5명의 심사위원들이 26명이 투고한 본심 대상작을 놓고 토론 심의를 거친 후 우선 각자 2명씩 투고자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 각 2표씩을 획득한 4명의 투고자를 최종심 대상작으로 선정했고, 심사위원들이 다각도의 논의와 토론을 거친 후 1순위와 2순위로 다시 2명씩 추천하는 최종 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심사위원들은 가장 많이 추천을 받은 정월향 시인의 「그런 온도」를 당선작으로 선정하는 것에 만장일치로 합의하였다.

정월향 시인의 '그런 온도'는 구체적이고 신선한 감각을 활용하여 이미지를 구사하면서도 단순한 이미지스트의 영역에서 벗어나 우리 삶의 현실적 문제에 근접하는 주제 의식을 독창적으로 형상화한다.

감각을 활용하는 이미지의 구사는 “고양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무릎을 바꾸면서//털이 부드럽고도 성가시구나 생각”하는 차원을 “어떤 순간은 누군가 안아주면 좋겠다는 바람, 이것은 온도의 문제”로 전이시키고 다시 “온도는 비와 꽃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로 이동하면서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구도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의 참신한 감각적 활용은 그 자체에 머물지 않고 “보수적인 문제”,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일”, “안정의 문제” 등 우리 삶의 현실적 문제와 접목시키는 일종의 비약을 시도한다.

이러한 비약이 공허한 공백을 노출하지 않고 시적 적실성을 얻는 이유는 시인의 시선이 일상의 사물과 현상에 착목하여 이미지를 포착하면서도 그것을 감각적으로 가볍게 들어 올리는 동시에 현실에 밀착하는 의미를 개입시킬 수 있는 사유 및 표현의 밀도에서 온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온도' 외에 정월향 시인이 투고한 6편의 작품들도 참신한 개성과 일정한 시적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의 최종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정월향 시인의 제24회 수주문학상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오형엽(문학평론가), 구미리내(시인), 김근(시인), 김정수(시인), 이원(시인)

 

 

[제19회 부천신인문학상 부문별 심사평]

(소설 심사평)

2000년대 이후, 시간이 갈수록 문학의 소비 시장이 위축되고 있음에도 문학 생산자의 대열에 합류하려는 이들이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단정할 수는 없으나 문학은 소멸하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발전해 나가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역을 제한하고 있음에도 부천신인문학상 응모작의 숫자나 수준이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음은 문학이 처한 현실에 동요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기성 문학인으로서 고무할 일입니다.

공모전 심사에서 우선 눈에 띄는 건 예쁜 그릇에 담긴 작품입니다. 여기에서 예쁜 그릇은 문학의 기본(맞춤법, 띄어쓰기, 부호, 문장력, 대화와 지문의 배치 등)에 충실한 작품을 말합니다. 그걸 간과한다면 아무리 그릇에 담긴 내용이 좋아도 심사위원의 눈에 들 수는 없습니다.

공모전에서 요행수는 절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내가 쓴 작품을 장악했느냐, 못 했느냐도 평가 기준입니다. 그건 습작에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작품을 만난다는 건 심사위원으로서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22년 부천신인문학상 소설 부문 응모작을 살펴보며 심사위원들이 주목한 작품은 「그 여자의 바다」, 「발레리나」, 「거짓말」 등 세 작품이었습니다. 소설이 무엇인가를 아는 분들의 작품입니다.

'그 여자의 바다'는 스물다섯 살 처자의 자살 시도로 시작되지요. 문장이나 구성, 간절함이 끌리기도 하지만 자살의 당위성으로 내세우는 불행한 출신이나 부모가 물려준 빚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했으며, 「발레리나」는 ‘그 여자’라는 호칭의 불편함을 끝까지 떨쳐내기가 힘들었지요.

거기에 무분별한 단락 나누기도 결점이었습니다. 「거짓말」은 흔하지 않은 시험관시술과 흔하다면 흔한 생리 중의 도벽(盜癖)이라는 소재를 다룬 작품입니다. 첫 문장 ‘생리를 시작했다’와 마지막 문장 ‘여자의 생리가 끝나가고 있었다’로 판가름이 났다고 봐야 합니다.

단편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 준 것입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자질이 느껴지고, 거기에 등장하는 몇 가지 에피소드를 적절히 배치하는 구성도 돋보였습니다. 단 하나 제목의 평이함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두 명의 심사위원은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는데 쉽게 합의하였습니다.

소설가의 길은 외로우나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당선자에겐 축하와 함께 정진을, 선에 들지 못한 예비 작가들에겐 격려의 말씀을 올립니다.

심사위원 권정현(소설가) 박희주(소설가)

 

(시 심사평)

우리는 예비심사를 하면서 부천시민들의 시에 대한 열정에 놀라워했다. 응모하신 분들의 신상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으나 시를 읽어가면서 성별과 연령을 망라하여 매우 다양한 분들이 큰 관심을 보여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혼란스럽고 혼탁한 이 시대에 시를 통해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예감하려는 마음은 얼마나 아름답고도 멋진 일인가!

본심에서 우리는 두 편의 시, 접수번호 11번 「연어가 되고 싶은 책」과 접수번호 17번 「낙인」에 대하여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두 편 모두 당선작으로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연어가 되고 싶은 책」은 설악산의 단풍을 연어알로 치환시켜 시적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유영할 수 있게 해주는 시였고, 「낙인」은 책에 찍힌 낙인-통증을 통해 종이의 심장부를 얻는다는 사유가 깊은 시였다.

우리는 「연어가 되고 싶은 책」을 당선작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11번 응모자가 투고한 5편의 시들에는 거의 편차가 없었던 반면, 17번 응모자의 투고 작품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더불어 당선작은 유례없이 어둡고 막막한 이 시절을 환하고 매끄럽게 빠져나가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기도 해서 마음이 든든했다.

응모하신 모든 분들께 찬사를 드리며, 당선자에게 깊은 축하를 전한다.

심사위원 김명철(시인) 유미애(시인)

 

(아동문학 심사평)

제19회 부천신인문학상 아동문학 부문에서 동화 18편, 동시 36편이 응모되었다. 소설가이자 아동문학가인 강정규 심사위원과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인 김윤환 심사위원은 전체 작품을 각자 정독 후, 각자 작품성(70점), 장래성(30점)의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의 평가를 받은 작품 각 3편씩 골라 심사 당일 상호 의견을 교환하여 선정하게 되었다. 두 사람의 심사위원이 추천한 우수 작품 3~4편은 놀랍게도 일치했다.

먼저 밝혀둔다면 동화에 비해 동시 응모작품이 작품성이 다소 떨어졌으나 아동문학 19번 응모자의 동시 「지각」외 4편은 대체로 동심을 담은 소재와 주제를 조화롭게 형상화에 시킨 일정한 습작 과정을 거친 응모자의 작품으로 평가되었으나. 동화 본상 후보작들의 작품성을 넘어서지는 못한 점이 아쉽다. 좀 더 분발하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동화는 두 심사위원 공히 출품번호 동화 10번 응모작품 「다은이의 빨간 카드」와 동화 15번 응모작품 「99플래닛」과 동화 18번 응모작품 「캡슐」이 당선작 후보로 제시되어 토론을 통해 동화 「캡슐」을 당선작으로 내자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동화 「캡슐」은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부분이 극단적으로 확대되어 초래할지도 모르는 미래의 모습을 묘사하는 장르인 디스토피아(dystopia) 류의 동화다. 작가는 AI시대의 번성은 결국 아날로그 시대를 향유하게 되는 역설적 미래가 펼쳐진다는 상상과 가난한 사람이 가상세계에 갇힌 제한된 존재가 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스토리를 흥미롭고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동화였다.

작가의 상상력과 독창적 스토리를 긴장감 있게 전개 시키는가 하면 종반에 반전의 결말을 보여주는 수준 높은 동화로 심사위원은 이 작품을 이번 아동문학의 당선작으로 선정하는데 큰 이견없이 합의되었다.

이번에 선정되지 못했으나 본상 후보에 오른 동화 「다은이의 빨간 카드」는 버려진 학용품들의 넋두리를 통해 학용품들의 소중한 기억과 빨간 카드의 버려진 사연을 듣고 아동과 어른이 함께 자원을 절약하고 사랑의 마음을 알게해 준 참신한 창작동화였으나 다소 교훈적 작의(作意)가 쉽게 드러나 반전(反轉)의 묘미가 부족한 점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좀 더 노력한다면 수준 높은 동화를 창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동화 「99플래닛」 도 매우 독특한 소재와 상상력의 동화다. 유령이 된 소년과 생일 같은 아홉살 아동의 우정을 그린 동화다. 문장의 은유도 상당한 수준을 갖추고 있으나 전(全)세대가 읽게 되는 동화의 주요 독자인 아동 독자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은유적 표현이 등장함으로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아쉬움이 있어 이번에 선하지 못했음을 밝혀둔다.

이 응모자도 동화의 특성을 잘 고려하여 창작한다면 더욱 좋은 작품을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덧붙혀 응모자들에게 당부하자면 동화라고 아동들의 일기장 같은 혹은 꿈카드 혹은 아동심리 묘사 같은 것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문학이 가져야 할 독창적 상상력과 문장의 긴장감, 그리고 문학의 주요소인 새롭게 보기와 반전과 역설의 묘미를 잘 살린 창작동화와 동시를 습작해보시길 당부드리고자 한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드리고 아쉽게 탈락한 응모자에게는 창작 연마의 과정으로 이해하시고 정진하여 더욱 좋은 발표의 기회를 갖길 바란다.

심사위원 강정규(아동문학가) 김윤환(아동문학가)

 

(수필 심사평)

올해 제19회 부천신인문학상 수필 부분은 작년보다 2배가 넘는 작품 편수로 마감되었다. 이 중 응모 규정이나 절차의 문제 등으로 몇 편의 작품을 제외하고 총46편이 심사 대상이었다. 응모 편수가 증가한 것은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수필은 문학의 장르 중 문학으로의 접근성이 용이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장을 갈망하고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어찌됐든, 어떤 연유에서든 이번 수필 응모작을 통해, 인간에게는 글쓰기의 욕망(?)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수필이 문학의 한 종류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자기 안의 세상에만 빠져 있을 수 없다. 내밀한 관찰, 생각과 감정의 확장, 문학적 상상력, 창의력 등을 통해 세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자기치유로, 공감으로, 감동과 여운으로, 삶의 철학 등으로 타인에게 말을 걸게 된다. 독자도 모르게, 어느 순간 그런 수필 속에 빠지게 하는 것이 좋은 수필이다.

이번 응모작에서는 그런 수필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두 명의 심사위원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 마음이 포개진 작품은 <미래 사진점>이었다. 독창적인 소재는 물론 자신의 삶에 대한 갈등, 고민 등을 풀어가는 방식에서 삶의 진솔성과 문학적 비유 및 뛰어난 상상력을 보여주었다. ‘미래 사진점’을 통해 삶에 대한 사유와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힘이 돋보였다.

뿐만 아니라, 수필의 서두와 결미 부분에서 독자로 하여금 읽고자 하는 욕망과 깊은 여운을 주는 문장 기술도 수상작으로 선정하는데 보탬이 됐다. 수필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주면서 지속적으로 좋은 수필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되어 이 작품을 선정하였다.

한편 수상작으로 선정 되지 못했지만, <매실> 작품은 문장력도 탄탄하고 시어머니와 매실을 연결하는 상상력과 비유가 돋보였다. 좋은 수필로서 충분한 의미가 있는, 가슴이 뭉클한 작품이었다.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이 분께도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수필은 누구나 쓰기 쉬운 장르이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잘 쓰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지나친 설명과 시시콜콜한 내용을 자꾸 쓰는, 복병이 존재한다. 그것을 과감하게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아무리 나만의 경험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문학적으로 형상화 하면서 문학적 감수성을 잊으면 안 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수필은 문학이다.’

심사를 마무리 하며, “선인장 가시 하나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작고 아름다운 꽃 한송이”를 막 피운, 수상자분께 아낌없는 축하를 보낸다. 앞으로 공감의 꽃을 더 많이 피울 것이다. 한편 수상을 못한 분들도 글쓰기의 욕구만큼은 식지 않고 더 타오르기를 합장한다.

심사위원 남진숙(동국대학교 교수) 전미란(수필가)

 

(극 일반 심사평)

올해 부천시 신인상 극일반 부문에서 심사위원들이 맡은 작품은 모두 8편이었다. 그 중 <그놈 그년>과 <나의 작은 물고기>, <초보운전과 장롱면허>를 주목해서 보았다.

'그놈 그년'은 5. 18 민주화 운동을 다룬 작품으로서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두 피해자다였다는 기존 논리의 연장선인 희곡이다. 자신의 아들을 죽인 원수의 부인을 간호하는 요양사의 이야기로 환자와 그를 간호하는 요양사, 두 명이 등장하는 2인극이다. 무대 활용이 많고 1인 다역을 하는 등 연극성을 잘 살렸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2인극이 주는 혼란감을 피하지 못하기도 했다. 환자의 남편 한상길은 요양사의 아들 한상길을 살해한 공수부대 대원인데 환자는 실종된 남편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죄책감을 덮기 위해 피해자 한상길이 자신의 아들인 척 기억을 조작한다.

요양사는 자신의 아들 한상길을 죽인 살해자 한상길을 찾은 후 그의 하반신이 마비 된 아내를 간호하며 실종된 한상길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미 두 사람의 설정이 바뀐 상황에서 두 명이 다른 역할까지 하는 상황은 무대화 했을 때 혼란함을 야기할 듯 하다.

한상길이라는 동명이인을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설정하여 가해자와 피해자는 같을 수밖에 없다는 작의가 느껴졌는데 그렇다면 이 고통의 책임은 누구의 것인가. 마지막에 이 진압 작전에 대해 각하께서 굿아이디어라고 했다라는 대목만으로는 고민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오늘날의 우리가 5.18에 대해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나 관점이 필요하지 않을까.

선정작인 '초보운전과 장롱면허'도 이모와 조카가 등장하는 2인극이다. 조카가 취업을 하면서 회사 근처의 이모 집에서 며칠 간 신세를 지며 함께 지내는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로 주 사건은 운전 면허 시험에서 계속 낙방하는 조카에게 이모가 도로주행 연습을 시켜준다는 것이다. 한 명은 이제 막 시작한 초보운전자이고 또 한 명은 더 이상 운전을 하지 않는 장롱 면허 소지자이다. 운전면허를 통해 사람마다 인생의 주행 속도가 모두 다르다는 주제의식을 안정적으로 드러냈다.

둘 사이에서는 작은 비밀이 존재하는데 이모는 자신의 엉망인 방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과 자신의 사생활이 탄로날까 저어되어 조카가 취업한 회사와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같다는 것을 밝히지 못한다는 점이다. 조카 또한 이모에게 말 못할 사정이 있는데 운전면허 시험에서 필기는 만점을 받은 반면 도로주행은 계속 떨어져 벌써 10번째라는 사실이다. 소소하지만 이런 점들이 두 사람 관계에서 긴장감을 증폭 시킨다.

주행 시 주의할 점으로 비싼 외제차의 브랜드를 외우게 하는 이모의 제스처나 실제 운전을 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모습에서 무대화의 기대감을 갖게 했다. 또한 무대와 배우의 신체를 자유롭게 쓰고 상상하는 능력에서 연극성이 뛰어나다고 느꼈다. 주고 받는 재기발랄한 대사에서는 2인극의 맛을 즐길 수 있었다. 다만, 이모가 더 이상 운전을 하지 않고 장롱면허자로 남게 되는 이유에 대해 너무 쉽게 넘어 간 것은 아닌가 고개를 갸웃하게 되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큰 고민 없이 이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단점보다 장점이 큰 작품이다. 앞으로 수상자가 척박하나 아름다운 문학인, 대한민국 희곡에 한 획을 긋는 작가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낙선한 다른 작품들도 개성과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좀 더 정진하길 바라며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심사위원 김윤희(동명대학교 교수) 김하율(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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