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일보 추천시인 고철 '핏줄'
코리아일보 추천시인 고철 '핏줄'
  • 윤수진 기자
  • 승인 2023.08.10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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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줄 고철시집 사진제공 고철시인
핏줄 고철시집 사진제공 고철시인

 

주술, 그리고 변이

          고철

물수변에 내리는 이 물을 본다
이 물을 생각한다
감격의 눈물 같은 대견한 이 물은
내리 내리는 수척한 날의 이 물은
생채기 진하게 도진 아픈 울음으로
겹창문 안에 방 하나 놓여 있 듯
몸 안의 알갱이 
감추기 힘든 심장 하나를 드러내 놓고
벽속의 울음으로 수법 허술한 옹이 박힌 울음으로
바람처럼 운다
기다림 깊은 마을에서 이 물을 본다
우표처럼 본다
말년의 자화상처럼 본적도 없는 주소로
재수없는 이름으로 신화처럼 증거처럼
그리움처럼 수수깡처럼 노동자처럼 숟가락처럼
계급처럼 북성동처럼 합판처럼 송림동처럼
프레스처럼 하인천처럼 성냥처럼 시인처럼
찢어진 부적처럼 이 물을 생각하다,
수문에 잡힌 항구에 저녁이 들면
마른 꽃봉지 민망하게 걸려  있는
겹겹이 먼지인 그런 내가 돌아와
채 마르지 못한 젖은 땀을 털어 본다
몇 방울의 가능성도 엿 듣고

- 고철 시집<핏줄/다인아트/품절>

핏줄, 사전학상으론 혈관이 흐르는 관이라 했다
연필만 손에 쥐면 슬픈 생각이 들어서 근 십여 년을 시를 못 썼다

징징 울어야 태풍이다
그러면 별 생기고 달이 생긴다
너울성 그리움도 잠깐씩은 소멸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제사 울음 참는 방법을 알았다

- 고철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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