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좋은 세상] 박일만 시집 '사랑의 시차' 서정시학
시 좋은 세상] 박일만 시집 '사랑의 시차' 서정시학
  • 윤수진 기자
  • 승인 2023.10.15 12: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일만시인 '사랑의 시차' 서정시학
박일만시인 '사랑의 시차' 서정시학

 

박일만 시집『사랑의 시차』 서정시학 2023. 9월

사람냄새 나는 따뜻한 시를 쓰시는 박일만 시인의 5번째 시집이 서정시학에서 상재되었습니다. 
언젠가 저의 시집 여섯 권을 모두 보관하신 사진을 올려주셔서 깜짝 감동을 주셨던 고마운 분, 이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몇 번 뵈었지만 인사만 건넸을 뿐인데도.. 우린 끈끈한 문우로 서로를 인정합니다.

이번 55편의 시편들은 모두 제부도 연작시입니다. 제부도는 많은 서정을 담고 있는 섬으로 시인은 사랑과 그리움을 몽땅 그 섬에 쏟아부었네요. 사랑이 어려울 필요는 없겠지요. 시편들은 힘을 빼고 독자들의 가슴을 계속 두드리며 파도처럼 다가옵니다.

가을이어서 멜랑꼬리해지시는 분들께 이 시집을 권합니다.
그리고.... 마음 가득 축하를 드립니다. 오래오래 독자들의 가슴에 섬처럼 그리움으로 남는 책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고경숙 시인의 변

첫 몸
-제부도 14
    박일만

1.
  너에게 줄 수 있는 건 이것뿐이야! 몸을 열어 주는 섬은 늘 젖어있다 물결에 저며진 모래벌도 순결이다 길을 묻는 하얀 생각들이 끊임없이 밀려와 쓰다듬는 가슴은 패여만 가고, 깊이 숨겨둔 속살 다 보여주고도 목마른 나를 흔쾌히 받다주는 너, 겹겹이 날을 세운 파도가 섬 늑골에 와 자주 몸을 푼다

2
  원시림이다 미지의 바다 숲인 너를 헛된 욕망이 맹렬히 점령한다 아무도 걷지 않은 속살을 근육 질긴 물결이 지나간다 갯벌도 부드러운 길을 내보인다

3
  언덕 위 갈댓잎들 손을 흔든다 너의 몸이 열렸다 닫히며 나를 부른다 태풍이 오면 점점 낮아지던 너의 몸 위로 땀방울 몇 굴러떨어지고 이내 평화로워진다 철모르고 드나드는 내 몸을 받아 하루 두 번 순결을 열어 주는 속살, 젖지 않는 가슴은 없다

-시집 『사랑의 시차』 서정시학 2023. 9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