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은행 한우농가와 젖소농가의 아름다운 상생
초유은행 한우농가와 젖소농가의 아름다운 상생
  • 윤희진 기자
  • 승인 2023.10.26 2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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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소 농가의 잉여 초유를 수집해서 필요한 한우 농가에 공급

한우 송아지에 젖소 초유를 먹여 폐사율 감소 등 큰 도움

초유(初乳)는 포유동물이 새끼를 분만하면 며칠간만 나오는 젖을 말한다. 필수아미노산과 면역항체를 포함한 단백질, 무기질, 지용성비타민 등이 일반유보다 높아 영양공급은 물론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 초유의 중요성 및 특징

송아지는 초유 급여가 매우 중요한 동물이다. 소의 경우 태반을 통해 어미의 면역항체가 송아지에게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병원체에 대한 방어 능력을 거의 갖지 못한 채 태어난다.

능동적 면역능력도 미약해 병원체에 저항할 수준의 방어력은 6개월 정도는 되어야 한다. 따라서 송아지는 출생 직후 반드시 초유를 통해 면역물질을 공급받아야 한다.

소의 초유는 임신 마지막 한 달 동안 어미의 혈청 항체가 유방으로 분비되어 농축된 것이다. 분만 후 처음 착유하는 우유에 면역항체가 가장 높은 농도로 함유되어 있다. 착유를 계속하면 면역항체의 농도는 점차 낮아지며, 분만 후 3일쯤 되면 일반적인 우유와 비슷해진다. 따라서 분만일에 분비된 초유를 먹이는 것이 가장 좋다.

 

● 초유 먹는 시기

송아지가 초유를 먹는 시기도 매우 중요하다. 송아지가 초유를 섭취하면 초유의 면역항체가 소장에서 흡수되는데, 출생 초기에 흡수 능력이 가장 좋다. 시간이 지날수록 흡수력이 떨어지고 출생 후 24시간이 지나면 거의 흡수되지 않는다.

따라서 출생 후 30~40분 이내에 초유를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미소가 송아지를 분만하면 젖꼭지를 깨끗이 소독하고 송아지가 젖을 빨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어미 소의 초유가 부족하거나 송아지가 젖을 잘 빨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송아지에게 어미소의 초유를 먹일 수 없는 경우 다른 소의 초유를 먹여야 한다.

그러나 한우의 초유는 다른 송아지에게 먹일 만큼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젖소의 초유를 한우 송아지에게 먹이는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젖소는 자기 송아지가 먹고 남을 만큼 초유 분비가 충분하기 때문에 남은 초유를 한우 농가에 제공하면 한우 송아지가 초유를 섭취할 수 있다.

 

● 젖소 초유 공급기술 보급사업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젖소 초유 공급기술 보급 시범 사업을 2015~2017년까지 추진하였고, 전국 23개 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초유은행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젖소 농가들이 초유를 맡기면 한우 농가가 가져다 이용하는 개념으로 초유은행이라 부른다. 초유은행에서는 젖소 농가의 남는 초유를 수집하여 품질 검사를 하고 저온살균 후 일정량씩 포장해 초유가 필요한 한우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초유은행 운영을 위해서는 해동, 품질 검사, 살균, 포장 등 생산설비와 관리를 위한 전문 인력이 꼭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젖소 농가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젖소 농가들이 잉여 초유를 냉동보관 하였다가 초유은행에 제공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2~3년 전부터 국제 곡물 가격 상승 등에 따라 사료 가격이 인상되어 축산 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산 우유 소비량은 출생률 저하와 학교 우유 급식 감소 등으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고, 한우 역시 사육 마릿수가 증가해 가격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한우 사육 농가에서는 중장기 경영 안정화를 위한 사육 마릿수 조절과 생산비 절감이 절실한 상황이다.

생산비 절감을 위해서는 송아지 폐사율 감소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데 여러 노력 중에서도 초유를 먹이는 것이 제일 우선이라고 할 수 있다.

젖소 농가들은 번거롭더라도 송아지 급여 후 남는 초유를 한우 농가를 위해 제공하고 한우 농가들은 젖소 농가들이 생산한 우유 소비를 조금씩 늘려준다면 한우 농가와 젖소 농가가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23개소에서만 초유은행이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지역에서 젖소 농가와 한우 농가가 상생 협력하여 서로 돕는 초유은행이 설치 운영되어 농가소득을 높이는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국립축산과학원기술지원과 김창한 063-238-7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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