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종자 생산 속도 4배 빨라져 ‘고려 인삼 명성 잇는다’
인삼 종자 생산 속도 4배 빨라져 ‘고려 인삼 명성 잇는다’
  • 윤희진 기자
  • 승인 2024.02.0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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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세포배 유도로 우수 종자 대량 증식 기술 개발

종자 1개에서 1년 만에 40개 조직배양 모종 생산할 수 있어
체세포배로 키운 인삼 모종
체세포배로 키운 인삼 모종

우수한 인삼 품종의 현장 보급이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청장 조재호)은 인삼 종자 생산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인삼은 한 세대가 3~4년인 데다 식물체 1개에서 얻을 수 있는 씨앗이 불과 40개 정도에 불과해 수를 늘려(증식) 새로운 품종을 보급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실제로 재래종 인삼 외에 농가에서 많이 재배하는 품종 ‘금선’의 경우, 개발부터 보급까지 15년이 걸렸다.

인삼은 종자번식 작물로 씨앗을 뿌리고 열매를 얻을 때까지 최소 3년 이상이 소요되고, 4년 1회 씨앗 수확을 기준으로 40여 개의 씨앗만이 생산된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년에 10개의 씨앗을 얻는 셈이므로, 증식 배율이 10배다.

이를 벼와 비교하면 벼는 종자 1개에서 100알의 씨앗을 얻을 수 있어 증식 배율을 100배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인삼은 벼에 비해 증식 배율이 1/10로 종자 생산에 오랜 시간이 걸려 보급 속도가 느리다.

농촌진흥청이 새로 개발한 기술은 종자를 대량으로 늘리는 조직배양 기술과 조직 배양체의 적응률(순화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기존의 조직배양 방법을 보완, 생존율을 높임으로써 신품종 종자 보급에 필요한 종자 생산 속도를 4배가량 높일 수 있다.

    ※ 인삼 신품종을 대량 증식할 수 있는 조직배양 기술

연구진은 종자 안의 떡잎을 유도 배지에 올린 후 체세포 씨눈(배)이 많이 생기게끔 한 뒤 이를 다시 성숙 배지에 옮겨 씨눈 발달을 도왔다. 그리고 씨눈이 정상적으로 트도록 발아 배지로 옮겨 수개월 만에 0.5g 내외의 조직배양 모종을 생산했다. 유도, 성숙, 발아 등 배양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과정별 최적 배지의 조건과 배양액을 확립한 것이 이번 기술의 핵심이다.

그 결과, 식물체 1개에서 1년 만에 40개의 조직배양 모종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조직배양 모종은 흙에 옮겨 심었을 때도 생존율이 7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 신품종 조직배양 모종을 이용한 종자 생산

첫 번째 사진은 순화 후 조직배양 모종을 밭에 심어 정상적으로 식물체가 형성된 모습이며 두 번째는 이를 확대한 모습. 세 번째 사진은 조직배양으로 형성된 인삼이 정상적으로 열매를 맺은 것(열매 안에 씨앗이 들어 있음)
첫 번째 사진은 순화 후 조직배양 모종을 밭에 심어 정상적으로 식물체가 형성된 모습이며 두 번째는 이를 확대한 모습. 세 번째 사진은 조직배양으로 형성된 인삼이 정상적으로 열매를 맺은 것(열매 안에 씨앗이 들어 있음)

조직배양은 사과 등 영양번식 작물의 무병 묘목 생산에 주로 사용되는 기술로, 인삼과 같은 종자번식 작물에는 효율성이 떨어져 널리 적용되지 못했다. 특히 인삼의 경우에는 기존 조직배양으로 생산된 식물체를 흙으로 옮겨 심었을 때 생존율이 30%로 낮아 실제로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농촌진흥청은 기술을 특허출원하고, 한국농업기술진흥원에 이전했다. 앞으로 염류에 강하고 뿌리 모양이 우수한 ‘천량’, 점무늬병에 강하고 수확량이 많은 ‘고원’ 등 자체 개발한 우수 품종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협업해 농가에 발 빠르게 보급할 계획이다.

      ※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우수한 인삼 품종(천량)

염류저항성이 강해 황화형(누렇게 변함), 적변(적색으로 변함), 은피(껍질 벗겨짐) 발생이 적음  - 대조 품종 '천풍'보다 수량이 많으며 체형이 우수함
-염류저항성이 강해 황화형(누렇게 변함), 적변(적색으로 변함), 은피(껍질 벗겨짐) 발생이 적음
- 대조 품종 '천풍'보다 수량이 많으며 체형이 우수함

   

    ※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우수한 인삼 품종(고원)

- 인삼 지상부에 많이 발생하는 점무늬병에 다소 강한 품종  - 대조 품종 '천풍'보다 수량이 많으며 재배 안정성이 높음
- 인삼 지상부에 많이 발생하는 점무늬병에 다소 강한 품종
- 대조 품종 '천풍'보다 수량이 많으며 재배 안정성이 높음

염류란 산성과 염기성 성분이 토양에 결합된 정도를 말한다. 인삼은 염류 농도가 높으면 뿌리가 양분을 흡수하지 못해 생육이 위축되고 심하면 말라 죽게 된다.

인삼은 2022년 기준 재배 면적이 약 1만 5,000헥타르(ha), 생산액은 약 8,000억 원에 달하는 우리나라 대표 약용작물이다. 한 해 수출액은 2억 7,000만 달러(2022년)로 농산물 한 품목으로는 규모가 가장 크다.

하지만, 농가 대부분이 재래종을 재배하고 직접 씨를 받아 심으면서 품질 균일성이 떨어지는 문제와 기후변화 등 재배 환경에 취약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과 마경호 과장은 “앞으로 조직배양 기술을 활용해 우수한 품종을 빠르게 보급함으로써 인삼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나아가 경쟁력 향상으로 고려 인삼의 명성을 잇는 데 힘을 쏟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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