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밤 / 박 수현
기다리지 않아도 다시 오는 줄 알았지
더디 핀 꽃이 옷고름을 풀어헤치고
땅에 떨어질 때
문득 고개숙인 저녁이 울었다
땅 끝은 보이지 않고
하염없이 떨어지는 꽃향기를 받아내는 기다림
울타리를 넘어가면 또 다른 향기가 상처를 내며 울었다
가시덤불이 너무 자라 스스로를 넘어설 수 없는 마음에서
독한 향기를 맡는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것들은
독을 품고 오는 것이라고
푸른 싹이 비수처럼 솟아나는 봄 밤을 걸었다
꽃이 지는 자리에 열매가 맺히는 걸 알듯이 봄 밤을 앓았다
꽃향기가 와르르 무너지는 절벽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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