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향기] 봄 밤 - 박수현시인
시인의 향기] 봄 밤 - 박수현시인
  • 코리아일보
  • 승인 2024.04.2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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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밤 / 박 수현


기다리지 않아도 다시  오는 줄 알았지
더디  핀 꽃이 옷고름을 풀어헤치고 
땅에  떨어질 때
문득 고개숙인  저녁이 울었다
땅 끝은  보이지 않고
 하염없이 떨어지는 꽃향기를 받아내는  기다림
 울타리를 넘어가면 또 다른 향기가 상처를 내며 울었다
가시덤불이 너무 자라 스스로를 넘어설 수 없는  마음에서
독한 향기를 맡는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것들은 
독을 품고 오는 것이라고
 푸른 싹이 비수처럼 솟아나는 봄 밤을 걸었다
 꽃이  지는 자리에  열매가  맺히는 걸 알듯이 봄 밤을 앓았다
 꽃향기가 와르르 무너지는 절벽을 넘었다

사진 윤수진기자
사진 윤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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