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와 나
돌에 앉으면 돌잠자리
물에 앉으면 물잠자리
고추밭에 앉으면 고추잠자리
마당에 앉아 있으니
하늘이 마당 같이 넓은데
하필이면 잠자리가 내 머리 위에 앉았다
무어라 불러줄까 고민하다가
이틀이나 생각하다가 이름 붙여 주었다
어라? 하는데도 자꾸만 머리 위에 앉았다
저나 나나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어라와 나는 친구가 되기로 했다
친해지는 거 참 쉽다
- 2023년 서울시인협회 연간사화집 <우리동네/인문학사>
슬퍼서 시를 못 쓴 날이 많았다 소녀가 박수 쳐 주는 걸 듣고서야 아, 세상엔 슬프지 않아도 될 시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오래간만에 으쓱해졌다 -고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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